BL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 때문에
진혼을 보는 동안 진정령의 남망기와 위무선, 산하령의 온객행과 주자서가 자꾸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집착 쪄는 연기를 너무 잘 해주시는 주일룡 배우 덕분에 집착의 대가 남망기가 자꾸 생각난 것도 어쩔 수 없다.
왕이보가 표정 변화가 거의 없음에도 위무선에 대한 사랑을 가슴 아프게 그려냈듯
주일룡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샤오윈란에 대한 사랑을 가슴 아프게 그려낸다.
10회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주일룡, 연기 정말 잘한다. 잘생겼다. 이 사람이 등장한 다른 드라마도 보고 싶다.’
주일룡, 자꾸만 잔상이 남는 배우다. 인정한다. 진혼에서 처음 본 주일룡에게 반했다.
솔직히 스토리만 본다면 중도하차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일룡과 백우의 연기, 그리고 이 둘의 케미가 너무 좋아서 도저히 중도하차 할 수가 없다.
10회
선웨이 : 자오처장, 전에도 말했다시피 성물을 자주 쓰는 건 좋지 않아. 자칫하다간 자네가 흑마력에 잠식될 수 있어.
성물로 성물의 위치를 찾는 자오윈란을 향해 흑포사(선웨이)가 한말. 여기서도 위무선을 말리는 남망기가 오버랩된다.
11회
선웨이 : 두 사람은 심장이 서로를 잡아당기기 때문에 생사를 함께 하지.
자오윈란은 선웨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1만년 동안 자오윈란을 기다려온 선웨이는 알고 있다.
위장병이 있는 자오윈란이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마시자 선웨이가 술잔을 빼앗아 대신 마신다.
그리곤 남잠처럼 고작 한잔에 취해 기절해버린다.
자오윈란은 이유를 모르겠지만 선웨이만 보면 신경 쓰인다. 마음이 간다. 같이 있고 싶다.
선웨이 : 어쩌면 정말 예전에 만났을지도 모르죠.
자오윈란은 선웨이에게 빌려줬던 점퍼에서 오크의 피냄새를 맡고는 선웨이가 흑포사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결국 13회에서 자오윈란은 선웨이가 흑포사임을 알게 된다.
14회
선웨이 : 그래, 우린 줄곧 친구였지. 그건 한 번도 변한적 없어.
그런 눈빛으로 친구라고 말하면, 믿겠어요? 줄곧 사랑이었잖아요~
자오윈란 : 줄곧? 줄곧 궁금했던 건데, 그 줄곧은 언제부터 시작이야?
자오윈란이 꼭 "줄곧? 줄곧 궁금했던 건데, 그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이야?"라고 묻는 것 같다.
선웨이는 1만 년 전 곤륜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곤륜 : 어느 날 내가 말없이 사라지더라도 너무 원망은 하지 마. 이거 하나만 기억해. 우린 반드시 다시 만날 거야.
곤륜은 선웨이를 처음으로 이해하려고 했던 사람이다.
말이 없는 선웨이가 처음으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웨이에게 곤륜은 소중한 사람이다.
15회
자오윈란이 빤히 쳐다보며 말하면 선웨이는 긴장하며 눈을 피한다.
입이 바싹 말라서 침도 꿀꺽 삼킨다.
자오윈란을 쳐다볼 때, 자오윈란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오윈란의 어깨에 손을 얹을 때 등등
선웨이는 자오윈란과 관련되면 눈빛, 표정, 손가락 등 모든 움직임에 BL(Boy’s Love)의 섬세함을 담는다.
원작의 선웨이를 살려내는 주일룡의 섬세한 연기 때문에 설렌다.
그래, 분명 너네, 연애하고 있다.
17회
아버지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자오윈란은 도저히 아버질 용서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쫓던 지성인 때문에 엄마가 죽었으니까.
도서관에서 성물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고서를 발견한 자오왼란
자오윈란 : 대황산의 주인, 그 이름은 곤륜이다.
이 대목이 자오윈란을 잡아 끈다. 자오윈란은 고서를 챙긴다.
책을 무진장 싫어하는 자오윈란이지만 이 고서만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선웨이가 흑포사인 걸 자오윈란이 눈치 챈 후부터 두 사람 사이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유교맨 선웨이가 자오윈란에게 말을 놓기 시작한 것! 두 사람이 서로 반말하는 게 이렇게 반가울 수가~!
추수즈(강명양)와 궈창청(신펑)은 서브 커플이다.
너무 착해서 가끔 짜증 나게 하는 창청을 보고 넘길 수 있는 건 매력 넘치는 추수즈 때문이다.
매회를 거듭할수록 추수즈에게 눈길이 간다.
그래서 강명양이 출연한 드라마를 찾아봤는데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 아니면 내가 못 찾은 걸지도...
추수즈 : 쟤는 내가 지켜!
자오윈란도 눈치 챌 정도로 추수즈는 창청을 각별하게 대한다.
선웨이가 흘리듯 '형제의 정' 때문일 거라고 했지만(추수즈의 동생은 죽은 걸로 나오는데 왜 형제의 정이라고 한 걸까?)
창청을 대하는 추수즈의 모습은 분명 특별하다.
어쩌면 광총의 눈을 피하기 위해 형제애를 넣었을지도...
자오윈란과 선웨이를 친구애, 지기애로 포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차갑고 냉정하고 까칠하지만 창청을 챙기고, 창청을 지키는 추수즈, 너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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