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드 어사소오작(御赐小仵作) / 36부작 / 2021년 / 웹드라마(범죄수사, 법의학, 추리, 로맨스) / 연출 : 루건 / 출연 : 왕자기, 소효동, 양정동, 조요가, 왕언흠, 묵회호, 허정정, 곽추성 등 / WeTV)
우와! 이 드라마 뭐지? 저예산 웹드라마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숏폼드라마 ‘허안’을 볼 때도 깜짝 놀랐는데, 어사소오작을 보면서는 더 놀랐다. 스토리가 엄청 탄탄하고, 일단 루건 감독의 연출이 무척 섬세하다. 주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분명히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도 한몫했을 것이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어사소오작은 매우 잘 만든 재밌는 드라마다.
어사소오작은 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그만큼 캐릭터의 매력도 좋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났다. 삼법사 안군왕 소근유(왕자기), 오작 초초(소효동), 대리시 소경 경익(양정동), 협객 냉월(조요가), 소근유의 형 소근리(왕언흠), 환관 진공공(묵회호), 경익의 부친 경각로(허정정), 왕야의 스승 설여성(곽추성), 왕부 시위장 오강, 16대 황제 선종 등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살아있어서 당연히 드라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하나의 드라마에서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갖긴 쉽지 않은데 어사소오작은 그랬다. 촬영 기간이 짧은 저예산 웹드라마도 이렇게 잘 만들 수 있구나! 특히 진공공 역을 한 묵회호는 뱀 같은 늙은 환관을 소름 끼칠 정도로 잘 연기해 냈다.
당조 말기 환관들에 의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 선종은 환관들을 달래기 위해 그들에게 금군을 통솔하고 궁전을 호위할 자격을 준다. 그와 동시에 삼법사를 특별히 설립하고 안군왕 소근유에게 형벌에 관한 모든 사무를 맡아 처리하도록 명한다. 삼법사는 사건을 처리할 때 오작의 시체 부검을 중요하게 여긴다. 삼법사는 나이나 신분에 제한 없이 재능 있는 인재를 선발했기에 해마다 오작 시험을 보기 위해 각지의 오작들이 장안에 몰려든다. 초초도 오작 시험을 보기 위해 검주에서 장안으로 온다. 초초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경익 덕분에 삼법사에서 소근유를 만나게 되고, 뛰어난 재능으로 소근유의 눈에 들어 소근유의 옆에서 오작으로서 일하기 시작한다.
초초는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살던 무의 아저씨에게 옥면판관에 대한 이야길 들어왔다. “옥면판관은 사리가 분명하고, 친절하고 선량하며, 악을 증오하고 외모가 준수해서 보는 사람을 첫눈에 반하게 만들지.” 초초가 보기엔 왕야 소근유가 옥면판관 같다. 물론 소근유는 무예도 전혀 못하고 몸도 병약해 보일 정도로 허약하지만 ‘뇌섹미’가 그 모든 걸 만회해 준다. 왕야 소근유는 신중하고 침착하며 치밀하고 자세가 반듯해서 귀티가 난다. 분석력과 통찰력도 뛰어나다.
오작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왕야 소근유는 초초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다. 초초는 보통의 오작에서는 볼 수 없는 영기를 가지고 있다. 마치 시체들을 살아있는 것처럼 보는 것 같다. 게다가 대담하고 세심하다. 사건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소근유와 초초는 서로의 능력에 반한다. “왕야는 내가 본 최고의 형옥관이야.” 초초는 매번 시체 부검이 끝나면 어떻게 죽었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왕야에게 부탁하여 사건 재현을 한다. 그때마다 왕야가 초초의 상대 배역을 해준다.
왕야는 초초가 어머니 서평공주와 같은 옥패를 가지고 있는 걸 발견한다. 이 옥패는 서평공주가 부마 소항과 나눈 사랑의 징표이다. 게다가 초초가 무의 아저씨에게 들었다고 하는 옥면판관에 대한 이야기는 왕야가 어릴 적에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들이다. 초초는 무의 아저씨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기록한 ‘육선문구대신포전기’를 보여준다. 왕야는 아버지가 당시에 처리한 모든 사건이 적힌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왕야는 초초, 경익, 냉월을 데리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검주로 향한다.
많은 범죄수사물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로맨스에 집중하다가 정작 사건 해결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어사소오작은 마지막까지 범죄수사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초초에게 옥패를 준 무의 아저씨의 비밀, 소근유의 부친 소항의 생사 여부와 진실, 역적으로 몰린 검남 절도사 진영과 장수 운역의 진실, 출생의 비밀, 사주전(가짜 엽전) 사건, 반역을 꾀하는 무리들의 정체 등 얽히고설킨 사건들의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이 과정들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매끄럽다. 짜임새 있고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고구마 없이 빠른 전개는 더욱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소근유와 초초, 경익과 냉월의 로맨스도 놓치지 않는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로맨스의 비중이 좀 약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소근유와 초초의 성격을 제대로 살린 로맨스라서 더 와닿았다. 어설프면서도 건조한 사랑이 참 예쁘게 보였다고나 할까? 항상 냉철한 소근유는 초초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이성을 잃고 불같이 화를 내는데 자신이 왜 그러는지를 모르고 있다가 점점 초초에 대한 사랑을 인지해 가는 과정이 설렌다. 초초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좌절할 때는 피까지 토할 정도로 화를 내기도 하고, 질투를 느낄 때는 위통을 심하게 느끼기도 하는데 정작 본인은 왜 그런지 몰라하는 장면에선 안타까우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아마도 소근유와 초초는 특화된 ISTJ에 이과 머리가 아닐까 싶다. 초초도 사랑 앞에선 전혀 계산할 줄 모른다. 궁금하면 묻고 대답을 듣고 나면 믿는다.
소근유 : 선생님 앞에서 변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초초를 지켜주려던 건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외에도 저의 개인감정도 섞여 있어요. 이는 공정성을 잃은 행동이긴 하나 제가 원해서 한 것이니 선생님이 뭐라고 나무라시든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저는 오작을 마음에 둔 것이 아닙니다. 초초는 누구한테도 넘기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오명은 모두 다 지금의 초초를 있게 한 과거이자 경력입니다. 저는 그걸 소중하게 여기며 오명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근리 : 초초가 널 좋아하게 만들고 싶으면 너만의 방법으로,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소근유 : 초초, 넌 오작이야. 그러니까 더더욱 알아야 해. 우리에게 남은 날이 얼마일지는 아무도 몰라. 아주 긴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곧 죽을 수도 있어. 상관없는 사람들의 눈치만 보면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한다면 눈을 감는 순간 후회만 남을 거야. 난 그것 때문에 널 포기할 생각이 없어. 그러니까 너도 나 포기하지 마.
왕야 : 세상에 넌 단 한 명뿐이야. 네가 죽으면 너처럼 훌륭한 오작은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너를 다시 찾을 수는 없어. 그만한 가치가 있어.
초초 : 이젠 내가 지켜줄게요. 왕야, 왕야는 공정한 사람이니 자기 자신한테도 공정하게 대해주세요. 나쁜 일을 한 건 그 사람이고, 벌을 받아야 할 사람도 그 사람이에요. 왜 자기를 가두고 자책해요? 이렇게 하면 그 사람 뜻대로 될 뿐이에요. 왕야가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어려움이 있든 제가 옆에 있어 드릴게요. 절대 혼자 두지 않을게요.
개방정이지만 영특한 경익과 협객 냉월의 로맨스도 좋았다. 사건 앞에선 엄청 약아빠졌지만 사랑 앞에선 순둥이가 되어버리는 경익과 단순 무식해서 주먹이 먼저 나가는 협객 냉월의 순수한 사랑이 보기 좋았다.
경익 : 냉월, 어떻게 왕야가 어떤 사건이든 다 해결하는지 알아?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이 눈앞에 놓였을 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본인이 믿고 싶은 것만 믿어. 다만 가능성을 찾지 못할 경우 사람은 초조하고 답답해하지. 하지만 왕야는 달라. 왕야는 이런 상황에 닥치면 아무것도 믿지 않아. 본인이 찾아낸 증거로 진상을 하나씩 밝혀내지. 진상은 보통 앞에 놓여있던 그 몇 가지 가능성과는 완전히 달라. 왕야가 증거를 내놓으면 어쩔 수 없이 믿을 수밖에 없어. 사실이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야. 세속에 얽매일 수밖에 없어. 증명할 수 없는 추측으로 인해 초조해하고 우울해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이것만 명심해. 최후의 진상은 어쩌면 네가 상상한 거와는 전혀 다를 수도 있어. 최후의 진상이 어떻든 나는, 우리는 네 곁을 지켜줄 거야. 진영에 몰래 잠입하는 일도 걱정하지 마. 시치미 떼고 수소문하는 건 내가 전문가야. 그리고 여차하면 도망치면 되지. 너도 알잖아. 내가 도망치면 황궁의 시위도 날 못 잡는다는 거.
동생바보 소근리의 동생 사랑은 나도 저런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러웠다. 소근유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하고 무술도 전혀 하지 못한다. 게다가 어릴 적에 소근리 때문에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일도 있다. 그 이후로 소근리는 동생을 끔찍이도 아끼고 보호한다. 형이 남동생을 공주안기로 들고 가는 드라마는 아마도 이 드라마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고장극 법의학 드라마 ‘어사소오작’! 여느 대작보다 낫다. 웹드라마의 진정한 퀄리티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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