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침묵적진상(沉默的真相, The Long Night) / 12부작 / 2020년 / 원작 : 쯔진천 ‘장야난명(동트기 힘든 긴 밤)’ / 수사물, 미스터리, 범죄사건 / 연출 : 천이푸 / 출연 : 백우(바이위), 요범(리아오판), 녕리(닝리), 담탁(탄줘), 황요(황야오), 조양(자오양), 전소길(텐샤오제), 려효림(뤼샤오린), 조위우(차오웨이위), 이가흔(리자신) 등)
리뷰를 쓰려고 드라마 내용을 떠올리니 가슴이 다시 시큰거린다. ‘진혼’과 ‘봉래간’을 볼 때까지만 해도 그냥 ‘연기 좀 하는구나!’ 정도였던 백우였다. 그런데 ‘침묵적진상’을 보고 난 후의 백우는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한 흡인력으로 미친 연기를 해대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미스터리 수사물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눈물을 철철 흘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지금도 모든 것을 다 잃은 절망적인 눈동자의 장양을 떠올리면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대기업 간부와 부패 경찰의 유착 그리고 거기에 맞서는 정의로운 형사와 검사, 이런 거야 어차피 흔히 보는 드라마 소재이기에 새로울 건 없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내용의 방식과 연출과 배우의 연기는 식상한 소재를 식상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단연코 ‘침묵적진상’은 잘 만든 드라마이다.
백우의 연기가 이렇게 섬세할 줄 몰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양’이 된 백우는 촉망받는 밝고 건강한 젊은 검사가 허우구이핑 사건의 숨은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어떻게 망가지고 무너져 내리는지를 너무도 잘 표현해냈다.
그래서 10회에서 장양이 “지갑을 잃어버렸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울 때 눈물 콧물 흘리며 엉엉 따라 울었다. 장양이 잃어버린 건 지갑이 아니었다. 명예, 지위, 직장, 가족, 건강, 마음 등 그가 가진 모든 것이었다. 울다가 피를 토하고 병원에 실려 간 장양은 폐암 진단을 받는다. 결국 진실을 파헤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장양의 신념은 사건에서 발을 빼고자 했던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모든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도록 만든다. 그것을 백우가 연기한 장양을 통해 너무 설득력 있게 그려서 그를 도왔던 주변 인물들의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장양의 가슴 시린 모습을 본 이상 주웨이가 장양의 죽음을 억울한 채로 남겨둘 수 없다고 한 말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야기는 2000년, 2003년, 2010년이 교차 반복되면서 진행된다.
2010년
장차오는 일명 ‘3.12 사건, 지하철 시체 유기 사건’을 일으킨다. 장차오는 29살에 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서 31살에 제일 젊은 교수로 임명받았고 34살에는 정법학원의 부원장이 됐다. 몇 년만 더 버티면 원장이 될 수 있었으나 학생 리징을 사랑하게 되어 모든 것을 버리고 이혼했다. 36살에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한 장차오는 지난 10년간 총 1,116개의 사건을 맡았고 딱 1개의 사건만 제외하고는 패소한 적이 1번도 없었다. 그 하나가 바로 가장 좋아하던 제자 장양의 사건이었다. 그 일로 장양은 검사직을 박탈당했고 2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도대체 장차오는 어떤 원한을 가졌기에 장양을 죽였다고 하는 걸까? 그런데 재판 당일에 장차오는 자백을 번복한다. 장양을 자신이 죽이지 않았으며 그 시간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장차오는 옌량이 수사팀장이 되어 희망이 생겼다며 사건을 파헤칠 수 있는 기간 24일을 준다. 과연 형사 옌량은 이 사건의 숨은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
2003년
검사 장양은 동창 리징에게서 제보를 하나 받는다. 허우구이핑은 익사한 게 아니라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건 종결 자료에는 교육 봉사 중에 허우구이핑이 부녀자를 성폭행한 후 경찰에게 체포당하는 것이 두려워 도망치다가 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자료는 사실이 아니었다. 허우구이핑이 교육 봉사 기간에 허우구이핑의 제자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는데, 이 여학생이 자살하기 전에 성폭행당한 걸 발견했다고 했다. 허우구이핑은 이 사실을 신고하고 조사 요청을 했다. 그런데 이 일로 살해당했고, 오히려 성폭행범으로 누명까지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리징은 허우구이핑의 결백이 밝혀지길 원한다고 했다. 그의 죽음이 가족들에게 큰 충격이 됐고, 허우구이핑의 애인인 리징 또한 상처를 받았다. 리징은 진실을 밝혀달라고 한다. 마음에 내키지 않지만 장양은 허우구이핑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2000년
법대 석사 1학년생인 허우구이핑은 빈곤한 산간지역에 교육 봉사를 하러 간다. 허우구이핑은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친다. 특히 방직공장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 야학으로 재수반을 연다. 그러던 어느 날 허우구이핑의 제자 메이샹이 살충제를 먹고 기숙사 앞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한다. 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메이샹은 사망하고 만다. 허우구이핑은 메이샹이 성폭행당한 걸 알게 된다. 허우구이핑은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 요청을 한다. 이 과정에서 허우구이핑은 자신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증거가 되는 사진을 찍었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진으로 인해 허우구이핑은 누명을 쓰고 살해당한다.
“저랑 주웨이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허우구이핑 사건은 제 가슴속 큰 돌덩이 같아요. 몇 년째 절 억누르고 있어요. 사건을 파헤지지 않으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전 증거가 없어요. 증인을 찾았는데 살해당했어요. 사진관을 찾았는데 불타 없어졌어요. 살인범을 찾았는데 그 또한 죽어버렸어요. 주웨이가 징계를 받아 경찰학교에서 3년 동안 연수를 받고, 제가 감옥에서 2년 동안 복역하는 사이에 모든 단서가 다 사라져 버렸어요. 가슴이 막힌 것처럼 답답해요.” 증거와 증인을 찾아낼 때마다 거대 세력은 그 모든 증거와 증인을 없애버린다. 절망감과 무력감이 장양을 휘감고 돌지만 장양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제 허우구이핑 사건의 진실은 장양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아빠 장양이 폐암이라는 건 모르지만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아들 장샤오수는 직감한다. 아빠에게 약을 건네고, 아빠가 약을 먹는 걸 지켜보던 아들이 아빠에게 묻는다. 아! 이 장면도 정말 가슴 아팠다.
아들 : 아빠,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아빠 : 그럼, 말해 봐.
아들 : 만약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요?
아빠 : 당연히 하늘나라로 가지.
아들 : 그럼 아빠랑 말하고 싶으면 어떡해요?
아빠 : 아빠랑 말하고 싶으면 하늘에서 구름 한 점을 찾아.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빠 이름을 세 번 불러. 그럼 네가 한 말을 아빠가 다 들을 수 있어.
장양은 마지막 사건을 뒤집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 가능성을 9장의 사진과 24일의 장치로 장차오가 실현시켜 준다. 진실은 밝혀졌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해피엔딩일까? 마지막에 장샤오수가 하늘에 있는 구름을 쳐다보는 장면을 보며 또다시 콧날이 시큰해졌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장양이 가슴속에 남아서 마음을 시리게 한다. 후유증이 좀 길게 남을 것 같다.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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