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룡의 연기는 미쳤다. 선웨이 교수, 흑포사, 야존 이렇게 1인 3역을 하는데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연기한다. 특히 흑포사와 야존이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에선 한 사람이 연기하는 장면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주일룡이란 배우에 빠져버리게 만든다.
게다가 콧수염을 싫어하는 내가 백우의 콧수염은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그만큼 백우의 연기도 좋았다.
두 사람만 본인 더빙인데 목소리는 또 둘 다 어찌나 좋은지, 그 좋은 목소리로 둘 다 잘생김을 연기해주니, 두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물론 스토리까지 좋았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특히 원작을 읽은 주일룡과 백우가 BL의 분위기를 성심성의껏 내기 위해 눈빛, 몸짓, 손가락 하나까지 연기했던 터라 두 사람만 나오면 설렐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연기가 진혼을 살렸다. 광총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무리 '사랑'을 '친구애'로 포장해도 선웨이와 자오윈란이 연인이란 건 두 사람의 분위기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두 사람의 찐 사랑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37회
4개의 성물 윤회구, 산하추, 공덕필, 진혼등이 특수조사처의 손에 들어왔다. 진혼등은 불이 꺼지지 않는 등잔이다. 심지에 불이 붙어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진혼등엔 심지가 없다.
38회
야존은 형이 자신을 버렸다는 오해로 인해 극도로 형을 증오하고 있지만 사실은 형을 너무나 사랑해서 형의 사랑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철없는 동생일 뿐이다. ‘나하고만 놀아. 나만 챙겨줘. 나만 봐줘.’ 뭐, 이런 거다.
야존이 자오윈란을 노린다. 선웨이는 자오윈란이 걱정되어 미칠 것만 같다. 상처가 깊으면서도 자오윈란이 위험에 처하자 자오윈란을 구해낸다.
윈란 : 선웨이. 왜 이래? 상처가 왜 아물지 않지?
웨이 : 상처는 문제가 아니야. 자오윈란, 어서 가. 여기서 나가!
윈란 : 누가 이렇게 만들었지? 내 손으로 죽일 거야!
자오윈란은 분노한다.
웨이 : 만약에 내가 희생해야만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그때가 되면 너도 답을 알게 될 거야.
지성인들을 유인하기 위해 자오윈란이 자리를 잠시 뜬 사이에 선웨이가 다시 잡히고 만다. 자신이 곧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선웨이는 오로지 자오윈란만 걱정한다.
웨이 : 윈란, 자오윈란!
선웨이의 표정이 너무 처절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주일룡의 신들린 연기가 나를 울린다.
자오윈란은 야존에게 잡히고, 선웨이는 야존 앞에 끌려온다.
야존 : 형, 형은 모든 걸 지키려고 했어. 근데 결국 하나도 못 지켰네? 내 생각대로군. 어리석게도 인간과 생명을 나눠 갖다니! 그래서 마력이 급격히 떨어진 거야.
웨이 : 난 후회하지 않아.
자오윈란과 생명을 나눠 가지면서 자오윈란을 구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님을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선웨이는 후회하지 않는다. 똑같은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된다 해도 선웨이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야존 : 그러셔? 형은 나와 충분히 겨룰 만한 힘을 가졌어. 근데 개처럼 바닥에 축 늘어져서는 나한테 흡수되기를 기다리다니! 이게 뭐야? 재미가 하나도 없잖아!
야존은 성물의 힘을 모조리 흡수하려 한다. 하지만 진혼등이 없어서 흡수할 수가 없다. 야존은 진혼등이 어디 있는지 말하라며 자오윈란을 고문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선웨이가 그냥 지켜볼 리 없다. 야존이 자오윈란을 죽이려는 찰나 그 앞을 선웨이가 막아선다. 진혼등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선웨이에게 분노하며 야존은 기어코 빙주로 선웨이를 찌른다.
윈란 : 선웨이! 선웨이!
야존 : 좋아. 착한 우리 형! 기대해. 내 뱃속에서 내가 대업을 이루는 걸 지켜봐.
야존은 선웨이를 먹어버린다. 헉!
39회
선웨이가 죽었다고 믿는 자오윈란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윈란 : 날 죽여! 어서 죽여!
야존 : 널 죽이라고? 그렇지. 덕분에 괜찮은 방법이 떠올랐어. 곧 그 머리를 조아리게 될 거다.
선웨이는 야존의 위 속으로 떨어진다. 그곳엔 야존이 먹어버린 린징이 아직 흡수되지 않은 채 살아있다. 아! 도대체 저 CG는 어찌하면 좋을까? 어린이 프로에서도 먹히지 않을 것 같은 저 조악한 CG를 보고 있자니, 보는 내가 민망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배우들도 나중에 CG 영상을 보고는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았을까 싶다.
야존은 어떡하든 자오윈란을 꼬드겨 포섭하려고 하지만 자오윈란이 바라는 건 야존의 죽음이다. 선웨이를 죽인 야존을 자오윈란은 절대로 살려두고 싶지 않다. 아무리 고문을 가해도 진혼등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지 않을 작정이다.
웨이 : 린징, 내 말 잘 들어. 잠시 후에 때가 되면 부디 여기 이 빙주를 내 몸속으로 끝까지 찔러 넣어.
린징 : 그러면 교수님이 죽잖아요.
웨이 : 내 말대로 해. 그래야만 내가 가진 힘을 전부 내뿜을 수 있어.
야존이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탈출한 자오윈란은 진혼등을 찾으러 간다. 그때 흑포사 옷을 입고 야존이 나타난다. 그리곤 자오윈란에게서 진혼등을 빼앗는다. 야존은 창청을 진혼등의 심지로 쓰려한다.. 하지만 창청은 ‘절대로 흉기가 되어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라는 자신의 의지로 야존의 암시에서 벗어난다.
40회(마지막회)
윈란 : 어차피 다 같이 죽게 되는 거 궁금증이나 풀자. 넌 만 년 동안이나 인간들을 홀리고 아수족을 이용했어. 심지어 지성인들까지 철저하게 부려먹었지. 대체 뭘 위해 그랬지?
야존 : 좋은 질문이야. 아주 좋아! 그 누구도 나한테 내 목적은 묻지 않더군. 날 위해 이러냐고? 난 이 세상을 바꾸려는 거야. 이 세상에 있는 인간과 아수족 그리고 지성인들까지 전부 거짓투성이야. 서로 배신하고 내치기 일쑤지. 이 세상은 너무 끔찍해. 그래서 내가 이 세상을 하나부터 열까지 싹 다 바꿀 거야. 이 세상의 질서를 내 손으로 바로 잡아야겠다!
야존의 삶이 그랬다. 어릴 적 형과 헤어진 후 적어도 야존이 기억하는 삶은 그랬다. 그러고 보면 야존도 참 불쌍하다.
윈란은 성물 산하추로 야존의 이마를 찌른다.
웨이 : 때가 됐군. 린징, 바로 지금이야! 어서 찔러!
윈란 : 선웨이야,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구나.
웨이 : 악한 자의 마음은 억눌러 없애고, 반대로 선한 자의 덕은 널리 기리나니!
그렇게 선웨이는 자신의 죽음으로 야존도 죽인다.
웨이 : 다 끝났어. 집으로 돌아가자.
야존 : 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어디있는데? 그때 네가 날 버렸을 때 난 집도 잃었어.
웨이 : 그 일 때문에 날 미워했구나? 그건 오해야. 난 널 버린 적이 없어.
반대파 수장이 선웨이를 절벽으로 던져버리곤 야존에겐 형이 너를 버리고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정신을 차린 선웨이는 야존을 찾아 헤맸지만 찾지 못했다.
야존 : 형, 날 안 버렸구나? 날 버린 게 아니었어.
웨이 : 동생아, 돌아가자.
형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로 엄청나게 악행을 저질렀는데 그게 다 오해였다. 형의 사랑이 너무나 고팠던 우리 야존은 폭풍 눈물을 흘리며 운다. 동생이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건만, 그래서 사랑하는 자오윈란과도 헤어지게 됐건만, 우리 선웨이는 어쩜 저렇게 따뜻할까? 저 장면 보면서 야존 따라서 엉엉 울었다. 야존은 선웨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난다. 그때 선웨이를 부르는 자오윈란의 목소리가 들린다.
윈란 : 선웨이. 선웨이.
뒤돌아서 자오윈란을 보는 선웨이.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웨이는 자오윈란 옆으로 가지 못한다.
선웨이가 하고 다녔던 목걸이의 구슬이 떨어져 자오윈란에게 굴러간다. 구슬 안에는 만 년 전 자오윈란이 선웨이의 입에 넣어주었던 막대사탕의 비닐 포장지가 들어있다. 선웨이는 만 년 동안이나 이것을 목에 걸고 다녔던 거다. 이토록 간절하고 지독한 사랑이라니! 너희는 절대로 친구가 아니다. 연인이다.
이제 자오윈란은 선웨이가 자신을 희생했듯 자오윈란도 진혼등의 심지가 되어 세상을 구하려 한다. "만약에 내가 희생해야만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그때가 되면 너도 답을 알게 될 거야." 자오윈란은 선웨이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장스(아버지) : 사람의 참된 기운으로 사악한 힘을 제압하지. 누군가의 희생이 불가피하지. 심지를 찾지 못하면 진정한 용사가 나서서 자신을 태우고 그 등잔을 밝혀야 해. 그래야 성물의 힘이 발현되지.
윈란 : 희생한 사람은 어떻게 되죠?
장스(아버지) : 아직 선례는 없어.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희생자는 생사의 경계를 수없이 넘나들 거야. 불에 타는 고통보다 수천수만 배 심한 고통을 겪게 되지.
윈란 : 어떤 바보가 그런 선택을 하겠어요.
윈란은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웃는다.
윈란 : 자오윈란, 자오윈란, 이 바보야. 이런 일이 다 있네. 영광이지? 나를 태워서 남을 비출 수 있잖아.
자오윈란은 자신이 심지가 되어 진혼등을 밝힌다. 그 빛은 지하에 있는 지성에도 빛을 선물한다. 이제 해성인, 지성인, 아수족은 평화를 맞이한다.
추수즈는 창청의 선자리에 와서 훼방을 놓고, 창청은 그런 추수즈가 좋다고 따라간다. 서브커플은 꽉 막힌 해피엔딩이로구나!
윈란 : 진짜 그때가 오면 나도 옳은 선택을 하게 되겠죠. 잠시만요. 만약에 말인데요. 만약에 내가 그렇게 되면(심지가 되면) 약속 하나만 해줘요.
장스(아버지) : 뭔데?
윈란 : 나 대신 열심히 살아줘요. 어른들 공경하고 친구들 잘 챙기고, 시민들을 지켜줘요. 룽청에는 든든한 수호신이 필요해요. 나쁘진 않네요. 누군가가 지난 내 인생의 아쉬움을 채워주고 대신 살아줄 테니까.
장스(아버지) : 약속하지.
자오윈란의 아버지 몸에 기생하던 지성인 장스는 죽은 자오윈란의 몸으로 옮겨가 자오윈란이 되어 생활한다. 자오윈란이 생전에 원했던 대로. 저 사진을 보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우리 자오윈란 살려내라고!
장스 : 세상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두 부류가 있다. 사후의 세상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은 두려울 게 없어. 그리고 생명의 의미를 잘 아는 사람은 후회도 원망도 없지. 진혼등이 진혼등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악의 무리를 처단해서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때문이다. 윈란, 너의 모든 희생은 실로 값진 것이었다.
1년이 지나고 진혼 OST ‘시간비행’이 흘러나오면서 선웨이와 자오윈란이 웜홀에서 다시 만난다.
웨이 : 왔구나.
윈란 : 떠나려고?
웨이 : 세상의 모든 생명은 흩어지기 마련이야. 최소한 우리의 선택은 의미가 있었잖아. 우리 내기할까?
윈란 : 무슨 내기?
웨이 : 장담컨대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어디로 가게 되든,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윈란 : 좋아.
눈가가 촉촉해진 선웨이의 눈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눈동자가 빨개져서는 눈물을 흘리는 선웨이를 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누군가는 이 결말이 열린 결말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이건 새드엔딩이다. 재회는 무슨 재회!
가슴이 시큰하다. 이런 결말 받아들일 수 없다. 진혼의 원작 소설은 결말이 다르다고 한다. 이래서야 원작소설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진정령을 본 후 한동안 멘탈붕괴가 왔는데 진혼 또한 멘붕을 만들어 버린다. 진정령의 원작소설 마도조사를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 진혼의 원작소설 진혼마저 구입해버릴지도 모르겠다. 40회 결말까지 두 배우의 연기력에 멱살 잡혀 끌려왔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씁쓸하지만 그래도 주일룡과 백우라는 배우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하련다. 진정령의 남망기(왕이보)와 위무선(샤오쟌)처럼, 산하령의 주자서(장철한)와 온객행(공준)처럼, 진혼의 선웨이(주일룡)야, 자오윈란(백우)아, 너희들도 격하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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