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한 CG와 분장, 매끄럽지 않은 편집은 중간에 제작사가 부도가 나서일까? 게다가 엑스트라를 쓸 돈도 없었는지 몇 사람 불러다 놓고 엄청난 대중이 모인 것처럼 진행하는 것도 민망하다. 스토리도 중간에 뚝뚝 끊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주일룡과 백우의 열연으로 두 배우에겐 눈을 뗄 수가 없다. 진혼을 계속 보게 만드는 건 순전히 주일룡과 백우의 힘이다.
야존의 흑마력과 성물의 힘이 충돌해서 열린 웜홀을 통해 만 년 전으로 타임워프한 자오윈란은 그곳에서 만 년 전의 흑포사 선웨이를 만나다.
35회
웨이 : 고마워요.
윈란 : 뭐가?
웨이 : 나란 사람한테 관심을 가져줘서요. 사람들은 날 존경하기도 미워하기도 하죠. 하지만 나와 속을 터놓으려는 자는 아무도 없어요.
우리 선웨이, 참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만난 사람이든, 오랫동안 만난 사람이든 진심으로 나에게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윈란 :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말없이 사라져도 날 미워하지 마. 이것만 기억해. 우린 꼭 다시 만날 거야.
자오윈란은 만 년 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만 년 후 그곳에서 다시 선웨이를 만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반대파 보스가 성물을 가지고 쳐들어온다. 이번엔 기필코 성물을 되찾겠다는 선웨이를 보며 윈란이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를 또 던진다.
윈란 : 그쪽은 혼자가 아니야.
곤륜이라는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어떻게 이렇게 날 잘 이해하고 있을까? 선웨이는 바닥에 떨어진 막대사탕 비닐 껍질을 발견하곤 줍는다.
반대파 보스에게서 성물을 빼앗아 오는데 성공한 자오윈란은 이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선웨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상처받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윈란 : 다칭! 언젠가는 함께하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사람이든 고양이든 사랑 때문에 위대한 선택을 하지. 너도 알게 될 거야.
선웨이는 짧은 순간이지만 사랑에 빠졌다. 첫눈에 반했다. 자오윈란을 사랑하게 됐다. 다칭에게 해주는 윈란의 말이 선웨이의 가슴에 하나하나 심어진다.
반대파의 수장은 야존이었다. 선웨이는 야존을 보고 놀라서 야존의 공격에 당한다. 그때 성물이 움직이면서 자오윈란을 다시 웜홀로 끌어들인다.
윈란 : 선웨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회하지 마! 선웨이!
곤륜이 사라졌다. 선웨이의 눈앞에서 곤륜이 사라졌다. 순간의 사랑이었다. 찰나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선웨이에게는 영원한 사랑으로 남는다.
야존 : 형한테는 역시 남이 중요하구나! 나한테는 형이 아닌 남은 모두 하찮은 존재인데! 형이 날 떠난 후부터 난 가면을 썼어. 형이랑 똑같은 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
형의 사랑을 갈구한 야존의 질투심이 오해를 낳았다. 형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야존은 형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하지만 땅이 꺼지면서 땅속으로 떨어진 야존은 천주에 갇힌다. 선웨이는 야존이 떨어진 땅속으로 뛰어내린다.
지성인은 지하인 지성에, 해성인은 지상에, 아수족은 그들만의 구역으로 가서 살게 된다.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선웨이는 만 년 만에 지성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상에 올라가 이능을 함부로 쓰는 지성인을 막고 지성과 해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흑포사 선웨이는 지상으로 가기로 한다. 해성감에서 새로운 신분을 받기 위해 흑포사가 선택한 이름은 곤륜이 지어준 ‘선웨이’이다.
야존 : 성스러운 마음 하나로는 세상을 원하는 절대적인 힘을 이기지 못해.
웨이 : 난 지상에 갈 거야. 이 세상을 지키고 해성의 평화를 지킬 거다.
야존 : 어림없는 소리! 형은 거기 가면 나처럼 외롭기만 할 거야. 형이 흑포사란 걸 잊지 마! 인간들 눈엔 괴물일 뿐이지.
웨이 : 내 친구가 말하더군. 지성인들도 사랑하고 미워하고 감동하는 존재라고. 우리도 인간과 다르지 않아.
그렇게 선웨이는 지상에서 흑포사의 신분을 감추고 교수의 신분으로 지성과 해성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애써왔다. 자오윈란을 애타게 찾으면서!
자오윈란과 선웨이는 현재로 돌아온다. 웜홀에 빨려 들어간 사이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지성인은 인류에 전쟁을 선포한다. 야존은 흑포사의 옷을 입고 선웨이 행세를 하면서 지성인을 꼬드긴다. 야존은 3자 연맹의 평화계약서인 진혼령을 불태워버린다.
선웨이는 자신을 탓한다. 그런 선웨이를 위로하는 건 자오윈란이다.
윈란 : 명심해. 넌 사람이지 전쟁의 도구가 아니야! 야존같은 자들은 우리가 왜 희생하며 세상을 지키는지 평생 모를 거야.
웨이 : 고마워.
만 년 전에도 고마웠고, 지금도 고마운 자오윈란. 여전히 선웨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자오윈란 뿐이다.
36회
윈란 : 지성인들이 누굴까요? 인터넷의 글들은 믿지 마세요. 그들 역시 사람입니다. 우리처럼 희로애락을 느끼며 실연도 하고 죽기도 하는 똑같은 사람이죠. 다른 행성에서 왔고 특이한 힘을 가졌다고 무조건 괴물입니까? 우린 하나예요. 우리는 이기적이고 무능하게도 저들을 적대시했어요. 악한 세력이 활개를 치도록 빌미를 제공했죠. 이제는 여러분이 제게 힘을 주셔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힘과 마음을 모은다면 전쟁이 아니어도 갈등을 풀 수 있어요. 믿기지 않으세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앞선 사고방식을 만 년 전의 세상에서 배웠어요. 오해받고 배신당해도 저는 상관없어요. 희생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저와 특수조사처 팀원들은 끝까지 싸울 겁니다. 저희는 이 순간을 위해 살았거든요.
자오윈란이 웜홀을 통해서 만 년 전으로 갔다가 만난 선웨이에게 배운 가치이다. 선웨이는 지성인도 해성인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자오윈란에게 다시 한번 감동한다. 알고 있지만 이 말을 들으면서 선웨이는 다시 한번 실감한다. 만 년 전 내가 만났던 곤륜이다! 만 년을 찾아 헤맨 곤륜이다! 그 곤륜이 눈앞에 있다! 선웨이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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