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대사(Lighting Up The Stars, 人生大事, 2022) / 중국 영화 / 드라마 / 러닝타임 112분 / 청소년관람불가 / 감독 유강강 / 출연 주일룡(朱一龙, Zhu Yi Long, 주이룽), 양은우, 왕과, 유륙, 나경민 등)
영화 ‘인생대사’가 보여주는 것이 뭘까? 언뜻 보면 ‘죽음’일 것 같지만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남은 이들의 삶’이 핵심 주제가 된다. 모싼메이(주일룡)의 아버지가 “인생에서 죽음보다 더 큰 일은 없다.”라고 했지만 그 죽음을 목격하고도 살아남은 이들의 삶이 죽음보다 더 큰 일임을 보여준다.
모씨네 가업은 장의업이다. 모싼메이의 아버지는 장의업체 ‘상텐탕(上天堂, 천국으로)’을 싼메이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싼메이는 장의업체를 물려받으면 처분하고 업종을 변경할 계획이지만 이야기는 싼메이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싼메이에게 장의업이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샤오원(양은우)은 할머니의 관을 들고나가는 샨메이에게 외할머니를 돌려달라며 소리친다. 외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샤오원이 외할머니를 내놓으라며 장례식장에서 소동을 일으키자 싼메이는 샤오원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보여? 저기 있는 굴뚝 보이지? 네 외할머니는 불에 타서 연기가 됐어. 하늘로 날아가서 사라졌다고!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샤오원은 그날 밤 싼메이의 집에서 스마트워치에 저장된 외할머니의 음성메시지를 들으며 눈물짓는다. 그런 샤오원에게 외할머니는 하늘에 별이 되었다고 거짓말한다.
갈 곳이 없어진 샤오원을 싼메이가 돌보게 된다. 샤오원은 싼메이와 지내는 동안 이러저러한 사고를 치지만 어느덧 싼메이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샤오원의 마음속에도 싼메이가 자리 잡는다.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에게 불려 간 싼메이는 이런 말을 듣는다.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이에요. 화환이랑 유골함이에요.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죠. 그래서 샤오원한테 부모님 직업을 물었더니 ‘별을 심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싼메이를 ‘별을 심는 분’이라고 말해준 샤오원에게 싼메이는 큰 위로를 받는다. 그리곤 자신의 일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 : 며칠 뒤면 네 둘째 형 기일이다. 지전을 태워주고 싶어.
싼메이 : 아버지, 정말 둘째 형이 저보다 잘났어요?
아버지 : 매년 설날이면 차례를 지내고 나서 너보고 네 둘째 형한테 절을 올리라고 시켰다. 그래서 네가 둘째를 미워하는 거야. 둘째 얘기는 한 번도 먼저 꺼내질 않았지. 그때가 1988년 여름이었지. 난 둘째를 데리고 창장에 시체를 건지러 갔다. 10살 정도 된 아이가 강에 빠졌거든. 애 엄마는 강가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울고 있었다. 우리가 3번을 들어갔는데 아이 시신을 찾지 못했어. 물에서 나와 보니 네 둘째 형이 안 보이더구나. 몰래 강에 들어간 거지. 그리고 그 아이를 찾아서 물 위로 올려 보냈어.. 하지만 둘째는 나오지 못했다. 죽은 사람을 위해 우리 집안은 산 사람을 잃은 게지. 인생은 말이다. 한 권의 책이야. 누구나 마지막 페이지가 있지. 어떤 책은 마침표로 끝나지만 어떤 책은 줄임표로 끝나기도 해. 인생에서 죽음보다 더 큰 일은 없다. 명예나 재산은 다 부질없는 것이지. 우리 일을 하는 사람은 성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형이 죽은 후 아버지는 형을 가슴에 묻었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싼메이는 그제야 아버지를 이해하고 형에 대한 열등감을 내려놓는다. 아버지와 화해한 싼메이는 장의업을 제대로 해보리라 다짐한다. 샤오원이 말했던 ‘별을 심는 직업’이자 아버지가 말했던 ‘성인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직업! 인생에서 죽음보다 큰 일은 없기에 싼메이가 하는 일은 숭고한 일이며 성인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닌 것이다.
싼메이와 샤오원은 서로가 부녀의 정을 느끼며 가까워진다. 그런데 샤오원의 친엄마가 나타난다. 싼메이를 돌려달라고 간절히 애원하는 친모를 뿌리치지 못하고 싼메이는 샤오원을 친엄마에게 보낸다. 샤오원을 보낸 허전함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싼메이는 곧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접한다. 아버지는 일반적인 장례식은 싫다며 품위 있게 보내달라고 한다. 유골함 살 돈으로 가족끼리 밥 한 끼 먹고, 화장이 끝나면 분유통에 유골을 넣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날 어떻게 보낼지는 네가 결정해라. 아비가 너한테 주는 숙제라고 생각해.” 싼메이는 아버지의 유골을 폭죽에 넣어 밤하늘에 불꽃으로 날려버린다. “아버지, 이 정도면 꽤 품위 있죠?”
다행히 싼메이는 샤오원과 다시 같이 살게 된다. 샤오원의 친엄마까지 떠맡아서! 이 영화는 성장 영화이다. 샤오원을 만나고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싼메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사실 내용만 보면 진부하기도 하고 식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주일룡의 연기가 뻔한 전개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드라마 ‘진혼’에서도 주일룡의 연기를 ‘미쳤다’라고 표현했지만 인생대사에서도 미친 연기를 선보인다. 섬세함과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저절로 몰입하게 만든다. 게다가 아역 양은우의 연기 또한 꽤 괜찮다. 주일룡과 양은우의 케미도 볼만하다. 그래도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주일룡의 눈빛이다. 눈빛까지 연기하는 배우 주일룡, 그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하늘에 있는 모든 별은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다(Each star that shines in the sky represents someone who has lived and lo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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